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진
2023년 2월 6일 현지시간 새벽 4시에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역에 규모 7.8의 강진이 들이닥쳤습니다. 2월 9일 한국시간 기준으로 사망자는 20,000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부상자는 최소 70,00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건물은 약 6,000채 이상 파괴되었으며 사실상 재산피해 등은 추산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우-러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세계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으나, 이번 지진으로 인해 적군과 아군을 가릴 것 없이 모두 튀르키예에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튀르키예에 국제구조대 61명을 파견하였습니다. 튀르키예의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그리스마저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현상을 빗대어 "재난의 역설"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강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주는 요소는 시간대와 내진설계 유무입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최신 건축물을 지을 때 아무리 내진설계를 적용했다 하더라도, 피해는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기록된 최대진도가 IX ~ X 이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대인 새벽 4시인 이유입니다.
지진은 정말 무서운 재난입니다. 특히 여진이 무섭습니다.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에도 강한 지진이 온 이후로 수백개의 여진이 발생하여 시민들을 괴롭혔습니다.
지진의 주요 개념 : 진원과 진앙
지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는 진원과 진앙입니다.
이름도 비슷하여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나, 두 단어는 명백히 다른 원리를 가진 용어입니다.
진원은 지진이 일어난 실제위치를 의미하며, 진앙은 진원을 지표면으로 투영했을 때의 위치를 의미합니다. 학술적으로 중요한 위치는 진원이지만, 실생활에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위치는 진앙입니다.
진앙의 정확한 위치를 구하려면, 3개의 관측소가 필요합니다. 이는 GPS가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3개의 인공위성을 필요로 하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지진의 주요 개념 : (리히터) 규모와 진도
속도와 속력과 비슷하게 규모와 진도는 사람들이 가장 햇갈려하여 그 뜻에 맞지 않게 자주 혼용을 하는 용어입니다. 규모와 진도는 한 마디로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규모 : 절대적인 개념 (에너지)
진도 : 상대적인 개념 (실제로 느끼는)
1. 규모 (리히터 규모)
규모 (리히터 규모)는 절대적인 값이며,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를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측정하여 추정한 값입니다. 따라서 리히터 규모는 지진에너지를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값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규모를 표현할 때는 아라비아 숫자로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표현합니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은 규모 7.8이고, 2016년에 우리나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최대 규모 5.8을 기록했습니다.
7.8/5.8 = 1.34 이기 때문에 경주지진보다 약 34% 강한 지진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리히터 규모를 산정하는 식은 log E = 11.8 + 1.5M 으로 구합니다. 따라서 에너지가 선형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수승으로 증가합니다. 규모가 1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10^(1.5) = 약 32배 증가하고, 2가 증가할 때는 약 1000배, 3이 증가할 때는 약 32000배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튀르키예 지진은 경주지진보다 약 1000배 강한 지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히터 규모를 TNT 양으로 환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즉, 튀르키예 지진은 가장 큰 수소폭탄을 약 16개 투하한 것과 같은 피해입니다.
2. 진도 (메르칼리 진도 등급)
절대적인 값인 규모에 비해 진도는 상대적인 값을 의미합니다. 즉,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느끼는 척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더 설명하자면, 특정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각 지역별로 기록되는 진도값은 다를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아라비아 숫자로 기록되는 규모에 반해, 진도는 로마 숫자로 기록됩니다.
간혹 언론사에서 진도 7.8 혹은 규모 IX 라고 적어놓은 값은 틀린 값입니다. 진도는 반드시 로마숫자여야 하며, 규모는 반드시 첫째소수점자리의 아라비아숫자여야 합니다. 따라서 규모 7 이라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틀린 표현입니다.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건물들은 어느정도 지진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참고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도 지역별로 느끼는 진도는 다를 것이므로, 규모보다는 진도 척도로 내진설계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즉,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건물들은 어느정도의 진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지난 포스팅에도 비슷한 주제를 올린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내진설계 기준은 명확하게 진도 몇을 견딜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기준에는 내진공학의 복잡한 이론이 적용되어, 지역별로 지반별로 구조물별로 다른 내진성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위의 표는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최대지반가속도별 내진능력(MMI 등급 = 진도)을 나타내는 표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축물의 최대지반가속도는 0.150g ~ 0.264g 를 나타냅니다. 이는 지반조건이나 지역, 구조물의 중요도에 따라 진도 VI 혹은 진도 VIII를 견딜 수 있는 내진성능을 갖기도 합니다. 아무튼 위의 표에 따르면 "건축구조기술사에 의해 적법한 기준으로 내진설계가 됐을 경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건축물은 진도 VII 를 견딜 수 있다." 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에 발생된 지진의 진도는 약 IX를 기록하였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는 어지간한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이더라도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규모입니다. 더군다나 튀르키예는 개발도상국인 현실을 고려하여, 건물들에 내진설계가 충실히 적용되었다고 장담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수천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다수의 인명피해가 수반된 것입니다.
맺음말
간혹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기준이 너무 보수적인 것 아니냐, 쓸데없이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 아니냐 라는 불평불만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2016년 경주지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하였고, 진원은 점점 북상하여 2022년 10월 괴산 지진(규모 4.1, 진도 V), 2023년 1월 강화 지진(규모 3.7, 진도 IV)이 발생하였습니다.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는 우리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는다면, 조그만 빈틈에도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안전불감증을 경계하고 언젠가 다가올 지진이라는 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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