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 준비배경
사실 기술사 공부를 해볼까? 라고 제일 먼저 생각이 들었던건 대학원 재학시절 우연치않게 기술고시 문제를 접하고 나서부터다.
범접할 수 조차도 없다고 생각했던 기술고시였는데, 막상 RC 휨문제를 봤더니 풀 수는 있겠는데??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야 너 정도면 진짜 기술사 준비 해라.' 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사실 대학원에서 연구관련 성과는 내 자신에게 그리 만족하지 못했던 수준이라, 자괴감을 느끼고 있어, 박사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던 때였다.
2018년 : 1차 준비
회사에 입사하고 즐거운 신입생활을 거친 후, 3년차에 K-1 학원 이론반을 수강했다.
K-1 학원 이론반은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뉘어져있어서 사람들은 보통 한번에 다 듣지 않고 오전반을 완강한 후, 오후반을 완강한다. 하루에 오전/오후반을 다 들으면 꼬박 한나절이라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그런데 난 무슨 깡인지, 어린시절의 패기인지 오전/오후반을 동시에 수강했다.
하루에 10시간정도 수업을 들으니 정말 진이 빠지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만 같았다.
지금 저렇게 들으라고 하면 절대 못듣는다.
간절함이 부족한 탓이었을까. 시험은 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일단 무조건 시험은 쳐보라고 하는데, 막상 준비가 다 안된 상태에서 시험문제를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시험은 준비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치기를 권한다.
K-1 수업을 다 듣고 한 2달정도 더 공부했을까?
너무 힘들어서 2주만 딱 쉬어보자! 라고 생각하고 쉬게 되었고, 그렇게 쭉 3년동안 책을 덮게 된다.
생각해보면 그 때는 지금처럼의 간절함은 없었던 것 같다.
2021년 3월 : 본격 준비
사실 3년동안 책을 덮고 있다가 다시 시작해야지... 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 쉬고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몇십배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한번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절대 쉬면 안된다. 책을 덮는순간 끝이다.)
다시 시작하기에 더 힘들었던건, 처음 공부했을 당시엔 KBC2016 이었으나, KDS 기준으로 전면 개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철골부분은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나, RC는 꽤 많이 변경되었던터라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나니, 생각보다 큰 개정은 아니었다...)
다시 시작해야된다. 하기싫다. 라는 내면의 싸움이 계속될 쯤.
부서생활 자체에 현타가 다소 있을 때 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이 날 때 쯤, 신문의 사설이 방아쇠를 당겼다.
나의 연봉 말고, '몸값'을 올리자.
실제로는 2020년 12월부터 시작했으나, 2021년 3월 결혼을 하게되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21년 3월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2018년에 잠깐 준비하다가 추진력을 잃은 이유는 아래의 3가지였다.
- 역학은 이론에 비해, 풀이가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느낌을 많이 들었다. (삼련모멘트법, 모멘트면적법 어후...)
- 멘토/동료가 없었다.
- 다소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다.
하지만 이 3가지가 해결되니, 꾸준히 집중할 수 있었다.
1. 딸기맛호가든 강의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구식의 역학풀이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2017년이었나 2018년이었나, 우연히 기술사 준비카페에서 CAS 계산기 사용법 세미나를 무료로 알려준다고 해서 가봤더니, TI CAS 계산기로 그 복잡한 역학문제를 5분만에 풀어냈다.
사실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처짐, 부정정구조물 등등 이론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게 아닌데 풀이 자체가 더럽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든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CAS 기능을 가진 계산기였다.
이미 그 때(2017)부터 역학문제 풀이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었던 것 같다.
딸기맛호가든 강의는 나의 역학에 대한 접근문턱을 크게 낮춰준 고마운 강의였다.
CAS 계산기의 도움을 받아, 더이상 역학문제가 복잡하고 지저분한 풀이가 아님을 터득한 순간, 역학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고 속도가 붙게 되었다.
2. 2018년에는 나 혼자였다. 하지만 같이 준비하고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회사 선배가 이미 나보다 6개월정도는 빨리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친한선배와 학교동기도 K-1 기출문제반을 같이 들으며 더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다.
이들은 나에게 많은 조언을 주고 서로 격려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기술사시험은 보통은 2년이상 준비하는 장기간에 걸친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것만 컨트롤 할 수 있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3. 20대후~30대초의 인생에 있어서의 나의 가장 큰 이슈는 결혼이었다.
난 비혼주의자도 아니었고, 인생을 같이 해쳐나갈 수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싶었다.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나니, 인생의 큰 부담 하나를 덜어낸 기분이었다.
와이프는 내가 시험준비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때로는 격려를 해주며, 내가 풀어질 때 쯤엔 푸시를 하고, 멘탈이 흔들릴 때면 위로를 해주는 등,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해주었다.
이제는 내가 죽기살기로 노력하는 문제만 남았다.
2021년 7월 31일 첫 시험 : 125회
합격자 수기를 보니, 최소 주 24시간 공부량은 채워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아무래도 첫시험이라 그런가... 뭔가 절박함이 지금보단 덜했다.
최소 공부량(주 24시간)만 채우고, 주말에도 가끔 놀러가고 하는 등
기술사 합격을 위한 최소 요구량만 채우는 데에 만족했다.
그나마 나름 고무적인 것은 공부를 하는 버릇을 들이고, 역학은 어느정도 마스터를 했다는 것이다.
6월까지는 기출문제 110회~115회 까지 풀었고, 수험서에 나온 예제만 조금 더 풀었고..
7월에는 1교시 이론문제를 미친듯이 풀고 습득했다.
여기서 좀 아쉬웠던 점은, 문제풀이를 할 때 빈 A4용지에 풀었다는 것이다.
A4용지에 풀때도 일목요연하게 문제를 풀이해나가는게 아니라, 걍 중구난방으로... 풀이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시험양식에다 풀길 권고한다.
오주중학교에서 시험을 봤다.
엄청 더운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몰라서 가져온 탁상형 무선선풍기가 개꿀이었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키라는 지침 때문에 에어컨은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시험을 쳤던 회사 선배도 더워서 개고생했다고 한다.
시험시간 100분씩 총 4교시... 총 400분.
다른 사람들은 풀 문제가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거나 중간에 퇴실한다고 하는데,
우려와는 달리,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단,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었다는 말은 모든 문제를 자신있게 풀 수 있었다는 말은 아니었다.
철골 강기둥약보 "계산"문제, 물고임 등... 조금은 낯선 계산유형들이 나오는 바람에 ,
어쩔 수 없이 2/3/4교시에 서술 문제를 건드려야했던 회차이다.
(고득점을 취득하려면, 답안의 객관성이 있는 주로 계산문제, 그 중에서도 역학문제를 노려야 한다.)
시험결과와는 상관없이 이 시험 자체를 완주한 것 만으로도 모든 수험생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400분을 다 소화하고 수험장을 나오는 길에 헛구역질이 났다.
풀 때는 몰랐는데 체력적 소모가 상당했던 것이었다.
내가 봤던 수험장만 하더라도 주민번호 앞자리 8은 나밖에 없었다.
통계적으로 봐도 40대분들이 제일 많다.
수험장에선 전팀 부장님도 만났다. 인사를 드리니 모른체 해달라고 하더라 ㅋㅋ...
30대초인 나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기술사를 준비하고 시험을 치는 모든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결과는... 30점 중후반이라 생각했던것 보다 높은 점수. 46.08점이 나왔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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