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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정보/기술사 공부일지 및 정보

자가격리동안 써보는 126회 건축구조기술사 필기 합격 후기 - 1

by 그로업 2022. 8. 21.

코로나에 확진되어 자가격리기간에 합격사실을 알게 되었고,

갑자기 할게 없어져서(원래는 공부하려고 했음) 뭘할까 하다가 3편에 걸쳐서 합격후기 대서사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3월 14일 월요일

 

전날 밤, 목이 너무 칼칼해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월요일에 일어나자마자 자가키트 검사를 했는데, 양성이 나왔다.
그 날은 동네병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로 공식적인 양성진단을 내릴 수 있는 첫 날이었다.

팀장님께 보고 드리고 동네병원으로 향했다.

동네병원에서도 대기시간이 엄청나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랴부랴 전화해보니, 한군데도 받질 않는다.

최소한 1-2시간은 기다려야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멍하니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어, 태블릿을 들고가서 전날밤 미처 정리하지못한 노트를 정리하고, 이해가 잘 안됐던 부분의 기술사설을 마저 읽었다.

힘겹게 2시간정도를 기다린 후, 코를 쑤시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 다음 시험이 1달정도밖에 안남았는데, 코로나 걸리면 후유증도 상당하다는데..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우울하고 힘겨운 하루를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코로나 걸리면 120근+@

 

잔인한 시험

 

기술사시험은 정말 잔인한 시험이다.

 

다른 전문시험들과 단순히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으나, 다른 전문시험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난이도를 확 올려주는 요소는 바로 "필요실무경력" 이다.

건축구조기술사와 유사한 시험으로는 5급 기술고시(건축)가 있는데, 두 시험의 가장 큰 내용적인 차이점은, 기술고시는 이론적 지식을 더 묻는 경향이 있고, 기술사시험은 실무와의 연관성을 더 묻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둘 다 어려운 시험이지만, 1년에 한번밖에 칠 수 없다는 점, 낙방 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난이도는 기술고시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무경력이 필수 조선이기에, 수험자는 일과 수험생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며, 보통 준비하는 나이대가 되면 결혼을 하거나 자녀가 있다.

 

즉, 수험생활에 올인을 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기술사의 응시자격. 보통 "기사자격+실무4년 (대학원 유사경력 포함)" 이 대부분

 

실무경력 요건을 가까스로 채운다 하더라도 바로 수험생활을 시작하기에는 힘든, 몇가지의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보통 기술사 문제는 이론+실무 가 혼합되어 나오기 때문에 탄탄한 실무경력 없이는 제대로된 풀이가 쉽지 않다.

 

그리고 건축구조기술사처럼 계산문제도 혼합되어 나오는 과목은 흔치 않다.

즉, 무작정 암기로 따낼 수 있는 과목이 아니며, 기초적인 수학/공학적 이론배경이 필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대학생활때 전공공부(구조)를 얼마나 성실하게 했느냐가 구조기술사 수험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팀에도 다른 기술사를 가진 분이 계시는데, 기술사에 계산문제도 나와요? 라고 놀라셨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수험장에선 다른 과목의 수험생들과 같이 치루는 경우도 있는데, 시험이 끝나고 다른과목 시험지를 슥 보면 한 장에 한 교시의 문제가 다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구조기술사는 1~2페이지에 한문제...)(2/3/4교시 限)

 

건축구조기술사 기출문제 117회 4교시 5번 문제

 

이런 문제는 실무경험이 없으면, 처음 접할 경우 "시간 내에" 풀이하기 굉장히 까다롭다. 실무경력이 있어도.. 이런문제는 스킵하는 것이 좋다.

 

건축구조기술사 기출문제풀이 115회 4교시 3번 문제

 

계산문제가 아닌, 이론적/실무적 서술을 묻는 문제도 나온다. 1교시는 간단히(1장 내외)작성해도 되지만, 2/3/4교시에 나올 경우, 거의 소논문급으로 작성해야 함...

 

보통 준비하시는 분들의 나이대를 보면, 40~50대 분들이 주류이다.

125회 첫시험에선 맨 앞자리에 앉았었다.

감독관님이 내 인적사항을 체크할 때 감독관님이 들고있는 수험생들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생년월일 앞자리 8이 나밖에 없어서 충격을 먹은 기억이 난다. 

 

20대도 정말 간혹 있긴한데 수험생은 극소수이며, 합격자는 말할 것도 없이 거의 드물고 (경력요건이 되지 않거나, 빡센 구직생활에 대한 보상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음.),

 

30대는 한창 빡세게 일할 시기(대리~과장초급)이며, 결혼 초기(신혼생활 즐기기 + 육아)이기 때문에 기술사 준비할 현실적인 조건/심적여유 가 없을 것이며,

 

40대는 그나마 아이들도 크고 실무적인 업무로드/압박이 다소 감소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마 많은 분들이 40대에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학교 선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손 떨리기 전에, 애 낳기 전에 따라.

 

실제로 구조기술사는 수험장에서 미친듯이 계산기를 두들겨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도 그렇다.

 

내나이대에도 곱하기 연산 넣을꺼 더하기 연산넣는 바람에 틀려서, 화딱지 나서 연습장 찢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한데 나이들면...

 

와이프한테 신혼생활 때 기술사 준비에 매진하면 안되겠냐고 부탁했다.

와이프는 기꺼이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힘들때면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고, 내가 풀어진다 생각하면 나를 푸시했다.

쇼파에 누워있으면 당장 공부하러 들어가라고 떠밀었다. 고3인줄...

 

남들은 신혼생활을 즐기며 여기저기 놀러도 다니며, 취미생활도 같이 하는데,

나는 그 신혼생활에서 매일 밥먹고 공부하는 옆모습만 보여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참 좋고 현명한 아내를 만났다고 생각이 든다.

 

2022년 3월 17일 목요일

그 전 3일을 38도 남짓의 고열로 이틀정도를 지샜었다. 

아무리 아파도 아예 쉴 수는 없어 격리기간동안 아픈몸을 이끌고 1-2시간은 공부를 했었다.

 

공부하면 알겠지만, 1교시 이론부분은 휘발성이 강하다. (125회 치루고 경험함. 1주일이면 절반은 날아가는듯.)

그래서 아무리 못해도 하루에 1시간이라도 앉아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찢어질듯한 후두의 고통으로 일찍 눈을 뜨게 되었다. 아, 오늘은 필기합격자 발표날이지.

125회 체점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번과 비슷한 방식으로 점수를 준다고 가정했을 때... 126회 필기점수를 예상해보았다.

대략 58~62 점 범위가 나왔다.

 

126회 필기 예상점수

 

...?!

시험 당일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사실 126회는 전체적인 프로세스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계산기 입력 실수 등의 실수를 꽤 벌이는 바람에 내 자신에겐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시험이었다.

 

9시 45분... 9시 55분.. 58분 59분.. 1분 1초가 매우 느리게 갔다.

그리고 큐넷에 접속해서 보는 순간,

126회 필기 최종점수

 

아...

시험 결과를 알려주니, 펑펑 우는 와이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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